아쿠타가와 류노스케 - 콩고 군함 항해기 (2) 칸코레

....시간나면 올립니다

지난 번 분량에 이어서...


-------------------


사관실에는 큰 선풍기가 몇 대나 머리 위를 돌고 있었다.

그 아래에 흰 테이블 보를 깐, 긴 식탁이 두 편으로 줄지었고

그 끝에 있는, 거울이 달린 커다란 식기장엔

은 꽃병이 둘 놓여있었다.

식탁에 앉으니 금방 (허드렛일을 하는) 보이가 식사를 가져와주었다

그리고 조용하게, 그것도  민첩하게 배식을 해준다.

나는 날 연어가 담긴 접시를 건드리면서 S에게

"군함의 보이는 센스가 좋네요" 라 말했다.

S는 "예" 라던가 뭐라던가 건성으로 대답했다.

어떻게 보면, 그건 군함의 보이보다, 아내가 훨씬 더 잘해준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바깥 녀석들은 모두 같은 식탁에 앉은 핫타八田 기관장을 상대로

코바야시 호운 小林法雲 의 기합술 등을 얘기하고 있다.

원래 이 사관실에는 부장 이하 대위 이상의 장교가 모두 와서 식사를 한다.

그곳에서 나는 이 때, 여러 사람들의 얼굴을 익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바닷사람의 얼굴에는 일종의 타입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



2


석식을 마친 후에, 상 갑판에서 최상 갑판에 오르니

어디선가 상남자같은 소위가 한 명 다가오더니,

우리를 전부前部 함교로 데려가 주었다.

군함 안에서 함수부터 함미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장소라고 한다면

우선 여기 말고는 없다.

우리들은 사령탑의 밖에 서서, 어느샌가 항행을 시작한 함의 전후에 시선을 두었다.

눈대중으로 대략 십오륙 척 정도의 높이에 있는 거니까

갑판의 위에 있는 수병이나 장교도 엄청 조그맣게 보인다.

내겐 이 작은 수병 한 사람이 측연대의 위에 서있으면서
(수심을 측량하는 작업이었음)

푸른 바다를 향해 긴 밧줄 끝에 달아놓은 추를

바닷물 가운데로 던지는 걸 보는 게 특히 재밌었다.

던진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크게 와닿지 않지만

실은, 마치 옛날의 무예자가 사슬 낫을 사용하는 것 같은 모습으로

추가 달린 긴 밧줄을 머리 위로 붕붕 돌리면서

배가 나아감에 따라 가능한 멀리 기세좋게 던지는 것이다.

위에서 보고 있으니, 던질 때마다 그 가는 밧줄이

살아있는 생물처럼 바다 위를 꿈틀거렸다.

그 끝에 달린 추가 아직 남아있는 햇빛에 빛나서

물고기가 팔딱거리는 것같이 하얗게 보였다.

나는 헤에~ 위험하네 라고 생각하면서 한동안 감탄하며 그것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로부터 사령탑의 내부나 해도실을 보고, 다시 중갑판으로 돌아갔다.

그러자 좁은 통로에 벌써 해먹을 치고 잠들어있는 수병들이 엄청 많았다.

그 무리 안에는 그 와중에 어둑한 전등 빛에 의지해서

책을 읽고 있는 자도 두세 명 있었다.

우리들은 모두 머리를 숙이며, 그 해먹 밑을 기어나가듯 걸었다.

그 때 나는 강렬하게 군함의 냄새를 맡았다.

이건 도료의 냄새도 아니거니와 취사장 밥냄새가 흘러들어온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기계의 기름 냄새도 아니거니와, 사람의 땀냄새도 아니다.

아마도 그 모든 냄새가 섞인, 말하자면 뭐 "군함의 냄새"쯤 된다.


이건 절대 고상한 냄새는 아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슬쩍 머리를 드니

수병 한 명이 읽고 있는 채의 표지가 갑자기 내 코 앞에 나타났다.

거기엔 천지유정天地有情 이라는 글자가 쓰여져 있었다.
(土井晩翠 도이 반스이의 천지 유정.1899년작)


나는 순간 군함의 냄새를 잊었다. 그리고 묘하게 소설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고 해먹 밑을 빠져나온 뒤에 욕장에 갔더니 다시 태어난 기분이었다.

욕장은 해수를 데운 것이다. 그게 흰 도기의 욕조 안에서 명반 明礬 처럼 푸르게 보였다

T의 말을 빌리자면, 몸이 물들 것 같은 정도로 푸르다.

나는 욕조 안에서 쉬면서, T에게 교토의 욕실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그 다음에는 여기서는 아사쿠사의 쟈코츠유蛇骨湯의 얘기를 했다.

그 정도로 우리들이 욕장에 들어간 기분은 태평한 것이었다.

탕에서 나오니 부장의 순찰이 끝났으니 유카타로 갈아입고

다시 사관실로 향했다.

군함에서는 석식 말고도 또 하나의 밤참이 있다.

그날 밤에는 밤참이 소면이었다.

나는 그곳에서 술잔을 건네받았다.

원래 술을 잘 못 마시는 체질인지라

술의 선악에 대해서는 더욱 알 수가 없다만,

두세 잔을 마시니 금새 얼굴이 빨개졌다.

그러더니 내 옆에 와서 "20년 전 일본과 지금 일본은 엄청 다릅니다"

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바닷사람 부류에 들어가지 않는

꽤 괜찮은 느낌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얼굴이 새빨개져있었다.

무엇이든 국방계획이니 뭐니를 논하고 있는 것 같았다.


덧글

  • 레이오트 2015/03/16 11:09 #

    저 측연대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이야기인데 미국의 대문호 마크 트웨인이라는 필명도 저 측연대와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 주사위 2015/03/16 22:35 #

    군함냄새라... 왠지 좀 끔찍한 느낌의 냄새일거 같네요.
  • 후로에 2015/03/17 10:28 #

    군대 생활관 냄새...보다 더 심한 냄새라고 생각하면 되려나요...
    요새는 취사장이랑 막사가 멀리 떨어진 곳이 훨씬 많은데다
    청소도 많이 하니까요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